1/15/2019

-[ALL어바웃리뷰] 영화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의 실화를 파헤치다

1988년 9월 미국 세인트루이스 경찰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 1998)'



여러분은 혹시 헐리우드 영화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를 기억하십니까. 우리말로 풀이하면 '협상가', '교섭자'정도가 되는 이 영화는 범죄 스릴러 장르 영화들 중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21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학창시절에 봤던 기억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최근 손예진 현빈 주연의 한국영화 '협상(The Negotiation)'이라는 영화를 보니 영화 '네고시에이터'가 다시 한번 생각나더군요. 어릴적에 이 영화를 보고난 뒤 나중에 미국에 가면 관련 정보를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로 무척 인상깊게 봤던 영화입니다. 

두 명의 명배우 사무엘 잭슨과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모범시민(Law Abiding Citizen, 2009)',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튼(Straight Outter Compton, 2015)',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The Fast and The Furious 8, 2017)' 등을 감독했던 F. 개리 그레이(F. Gary Gray)가 감독 초창기 시절에 메가폰을 잡았던 작품입니다. 

영화의 내용을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미국 시카고 경찰국 소속의 '협상가' 대니 로만(사무엘 잭슨 분)이 살인과 보훈기금 횡령 혐의로 누명을 뒤집어 쓰고 인질극을 펼치며 자신의 억울함을 벗기 위해 싸운다는 얘기입니다. 구구절절 얘기 하는 것 보다 일단 줄거리를 한 번 읽어 보시는게 좀 더 이해가 빠를 겁니다.


시카고 경찰관 데니 로만(Danny Roman: 사무엘 잭슨 분)은 인질범 대치시 협상을 전문으로 하여 인질들이 상해를 입지 않고 풀려날 수 있게끔 만드는 협상가다. 그러던 어느날 로만은 경관들을 위한 보훈기금과 관련된 경찰내의 횡령 사건을 자신의 파트너로부터 전해 듣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로만은 파트너가 살해되는 슬픔을 겪음과 동시에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그는 자신을 구속하려는 시카고 경찰서의 내사과 과장 니바움(J.T. 월쉬 분)에게 따지러 들어갔다가, '나는 오늘 감옥으로 갈 수는 없다'며 니바움과 그의 여비서, 그리고 시경장 프로스트(론 리프킨 분)와 사기범으로 심문 받던 루디(폴 지아마티 분)를 인질로 삼고 누명을 벗기 위해 경찰과 대치하게 된다. 

건물이 경찰들로 부터 둘러 쌓이고 압박이 가해지지만 로만은 협상가 답게 인질을 이용하면서 자신이 대처해야 할 상황을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었다. 음모를 파해치기 위하여 그가 오직 상대하겠다는 인물은 서부 지역의 인질 협상가인 크리스 새비안(케빈 스페이시 분)뿐. 새비안도 인질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를자가 없는 유능한 협상가로 이름이 올라있는 인물이다. 
새비안은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갈등이 심해짐과 동시에 FBI측이 사건을 인수하려 달려든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발버둥 치는 로만, 그리고 그 누구의 피해도 없이 사건을 종결시키려는 새비안의 숨막히는 노력이 펼쳐 지는데...


잘 읽어 보셨죠.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두 연기파 배우의 명연기가 대단히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되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실제 내용이 호기심을 증폭시키더군요. 


때문에 지금 부터는 실제로 있었던 실화를 한 번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제대로 다뤄준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거 미국에 와서 직접 알아봤던 내용들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사무엘 잭슨과 케빈 스페이시의 팽팽한 기싸움 및 심리전이 압권인 영화





"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 

일명 세인트루이스 경찰국 보훈기금 스캔들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88년도 9월 3일(토) 오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내용들은 당시의 사건을 그대로 옮겨 왔으며, 등장 이름들 역시 모두 실명입니다. 

세인트루이스 경찰국 소속의 경관 앤서니 다니엘(39, 이하 다니엘)이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인질극. 과연 실제 이야기와 결과는 어땠을까요. 

사건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9월 2일. 다니엘은 지역 경찰들과 소방관들에게 지급될 보훈연금 횡령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 받게 됩니다. 동료 경찰을 비롯한 6명이 횡령 및 뇌물 수수 혐의로 연루되었고, 총 33만달러의 기금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그 중 다니엘은 보훈기금 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20만 달러의 기금을 착취 및 뇌물의 대가로 사용 했다는 판결을 받게됩니다. 당시 그는 자신은 결백할 뿐만 아니라 이것은 눈군가의 터무니 없는 음모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유죄를 선고 받은 다니엘은 다음날 오전 10시 30분에 곧바로 세인트루이스 경찰청 부국장인 존 프랭크(53)를 찾아갑니다. 프랭크는 다니엘의 상관이자 이 사건을 검찰에 기소한 인물이었습니다. 공판 당일 프랭크는 안전을 위해 경호원과 함께 있었지만 이날은 혼자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미 경찰 자격까지 박탈 당한 상태였던 다니엘은 권총 한 자루와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프랭크를 찾아 갔고, 곧바로 그를 위협하며 인질로 삼게 됩니다. 이때 다니엘은 사무실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도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모두들 이곳을 떠날 것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경찰을 불러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세인트루이스 경찰들은 건물을 둘러 싸고 봉쇄하며 다니엘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사건 현장은 15층이었는데 경찰들은 다른 층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사태를 해결하려 노력했습니다.   

다니엘은 자신을 에워싼 경찰들에게 사무실로 들어오는 입구 주변에 폭발물을 설치 했다고 위협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경찰들은 다니엘이 실제로 폭발물을 설치 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그가 평상시 폭발물을 다루는 것에 능숙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곧바로 세인트루이스 경찰은 앰뷸런스와 폭발물 처리반 등에 연락을 했고, 이어서 FBI까지 집결하며 사태는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본래 다니엘은 세인트루이스 경찰국 인질 구출팀의 협상 전문가였습니다. (이점은 영화에서도 그대로 채용한 사실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이어서 그는 자신의 동료들을 상대로는 얘기를 나누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외부에서 협상가를 불러 올 것을 주문합니다. (이 부분 역시 영화와 똑같은 점입니다.)

다니엘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까지 불러줄 것을 요구합니다. 지역 라디오 KMOX-AM에 방송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무실 안의 전화를 이용해서 생방송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도시 전체에 알리겠다는 의지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FBI가 반대를 하게 됩니다. 때문에 다니엘의 시도는 안타깝게도 불발에 그치게 됩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다니엘은 지쳐만 갔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질을 무자비 하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당시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인질 프랭크는 약이 필요했습니다. 때문에 다니엘은 경찰들에게 프랭크가 복용하는 약과 음식을 요구 했고, 엘리베이터 앞에 놓고 가라고 요구 합니다. (영화에서도 이 부분은 비슷하게 그려지죠.)

그렇게 다니엘은 프랭크를 인질로 잡고 경찰과 협상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이 과정이 영화에서는 사무엘 잭슨과 케빈 스페이시의 명연기로 채워지고 스토리의 뼈대를 이루는 부분이겠죠.)

그리고 마침내 사건 발생 후 15시간만에 프랭크는 풀려나게 됩니다. 당시 프랭크는 상처 하나 입지않고 풀려났다고 합니다. 프랭크를 풀어준 직후에도 다니엘은 10시간을 더 버티다가 25시간만에 자수했다는 기록입니다.

워낙 오래 전 일이라서 그런지 관련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여기저기서 더한 내용을 가지고 이 정도 정리하는 선에서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내용만 얻을 수 있었을 뿐 영화와 같은 인질극 직후의 자세한 스토리는 정보를 구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결국 다니엘은 무죄를 입증 했다는 기록입니다. 

정리를 해보면 영화 네고시에이터의 큰 틀은 실화와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보훈기금 횡령에서 시작한 것도 같고, 기금위원이자 협상가 역할을 했던 주인공의 모습도 일치 합니다. 그리고 인질극을 벌일 때 외부에서 협상가를 불러 왔다는 가장 중요한 설정도 실화와 같습니다. 

하지만 극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상세한 내용은 허구로 꾸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인질의 숫자부터 차이가 납니다. 또한 영화에서처럼 파트너가 살해 당하지도 않았으며, 범죄 가담 역시 혼자가 아닌 6명의 공범들 중 한 명으로 몰려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과 같은 일은 실제로 없었기에 그런 과정을 거쳐 누명이 벗겨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영화에서는 극적으로 꾸며내기 위한 픽션이었겠죠. 그저 실화에서는 이 사건이 있은 뒤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되고 누명을 벗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가 없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상으로 짧게나마 영화 네고시에이터의 실화를 파헤쳐 봤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된 주인공의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너무나도 멋진 영화로 탈바꿈 시킨 제작진의 능력에도 찬사를 보내게 됩니다.

실제 사건이 있은 직후 10년만에(1998년) 너무나도 멋지게 재탄생 되었던 영화 '네고시에이터'. 혹시라도 아직까지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한번 찾아서 보시라고 강력 추천 합니다.


*그외 참고 사항들
-영화에서 내사과 과장 니바움 역할을 맡았던 배우 J.T. 월시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실제 사건에서 인질이었던 프랭크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명 역시 새인트루이스 경찰이었다. 
-영화에서 사건이 벌어진 장소의 건물은 실제로는 시카고에 위치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본사다. 
-네이버 영화평점 9.17


/로스앤젤레스/©라대디

ladaddyusa@gmail.com



1/13/2019

-[VISIT&트래블] 샌디에이고에 잠들어 있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

©ladaddyusa.com

샌디에이고 포인트 로마(Point Loma) 지역에서 조금만 남쪽으로 운전을 하다보면 길 양쪽으로 묘지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동안은 이 지역을 지나 다니기만 했지, 한 번도 내려서 거닐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묘지 안까지 발길을 옮겨보았다. 




샌디에이고는 미국 해군 기지가 위치해 있는 도시다. 항공모함과 각종 군함들이 정박해 있는 이곳은 유사시 미국 서부를 지키는 임무가 주어진다. 이런 도시의 특성 때문인지 포인트 로마 생태 보호구역(Point Loma Ecological Conservation Area)에는 이렇게 국가를 위해 전장에서 싸웠던 수많은 영웅들이 태평양을 바라보며 따뜻한 햇살과 함께 누워있다.





내부에는 지금도 새로운 묘지와 비석들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국대 용어로 '오와 열'을 맞춰 늘어져있는 비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서 비석들을 살펴봤다. 일단 대부분의 비석들은 2차대전에 참전했다 전사하신 분들의 것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중간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KOREA' 라고 써있는 비석들도 눈에 띈다. 무심코 저 멀리 꽃다발이 놓여져 있는 비석 앞으로 몸을 옮겨보니... 




이분 역시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용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꽃이 시들지 않은 것을 보니 아마도 유가족이 다녀간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인다. 

그냥 이곳은 기분이 참 묘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호기심으로 들어왔는데, 나갈 때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고나 할까. 군대시절 이라크 파병을 가기전에 단체로 동작동 국립 묘지에서 헌화를 한 적이 있다. 그 때와 같은 기분,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다. 



/로스앤젤레스/©라대디

ladaddyusa@gmail.com







-[ISSUE&오피니언] 암사역 10대 칼부림 사건에 대한 단상

이미 담배 하나 땡기고 칼까지 들고 설치는 미친놈. 이런놈들도 인권이 있다고 하니 모자이크를 할 수 바에 없는 슬픈 현실 ©유튜브 영상 캡쳐



한국 시각으로 1월 13일 저녁. 서울 지하철 8호선 암사역 부근에서 휴기를 소지한 채 경찰과 대치한 10대가 검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현재 사건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영상을 보면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흉기를 들고 먼저 친구와 한 차례 격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쓰러진 친구를 흉기로 찌르는 듯한 모습도 담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흉기 난동을 벌인 10대 피의자는 검거되었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피해를 입은 친구는 다행히 큰 상처는 입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잘못하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지만, 사건은 이 정도 선에서 일단락 되었다. 

미국에 살고있는 나까지 이 영상을 봤으니, 아마 해외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 영상을 보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상을 보고 다들 하나 같이 한국 경찰의 대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이곳 미국만 따져보자. 만약 여기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면, 저 10대 피의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무슨 설득이나 자비로움을 기대할 수도 없이 10여발의 총탄을 맞고 벌집이 되었을 수도 있다. 

용케 살아남았다고 해도 흉기소지 및 특수상해. 그리고 가장 큰 죄목중 하나인 경찰관에게 위협을 가한 요소가 추가되어 결코 적지 않은 형량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년이 넘는 형량도 때려버리는 미국 사법부의 특성을 감안하면 저 10대 피의자는 기본 10년은 깔고 가지 않을까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런 미국 경찰의 실상과는 달리 영상속 한국 경찰의 대처 자세를 보니 안타까움 보다는 실소를 금할 수 없을 정도다. 경찰이라는 타이틀만 달고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와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칼버려!"만 몇번 말한 뒤 꺼낸다는 게 기껏해야 테이저건. 게다가 그것도 불발이 된 마당에 다른 경찰 한 명이 꺼낼 수 있는 무기는 3단봉이 전부. 고작 체구도 그리 크지 않은 10대 양아치 한명 앞에두고 한국 경찰은 이토록 작아져야만 하는 것인가!  

대체 무엇이 한국 경찰을 이리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만들었는지 이역만리 타국에서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 손발이 묶여버린 공권력이 미친놈들로부터 시민들을 과연 얼마나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 피해자의 억울함과 시민들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이 뭐가 있겠는가. 범죄자의 인권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형적인 틀 안에서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과거 양동근 주연의 경찰을 소재로 했던 한국영화 '와일드카드'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양동근은 흉기를 들고 있는 범인에게 총구를 겨누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3회 이상 투기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총이 있어도 마음대로 쏠 수 없는 한국 경찰의 슬픈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명장면이었고, 결국 양동근은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에게 던져버리고 맨손으로 흉기를 재압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현역 경찰들이 그들의 실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경찰 영화라고 평가했던 와일드카드가 개봉한지도 벌써 16년이나 지났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이 시점에 과연 한국 경찰과 공권력은 16년 전과 비교해서 얼마나 발전하고 변화했을까. 

이번 암사동 10대 칼부림 사건을 보니 아무것도 변한게 없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만드는 작금의 현실이 너무나도 개탄스럽다. 미친놈을 강한 공권력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밖에 칠 수 없는 한국 경찰들이야말로 또 하나의 극한직업이다. 


/로스앤젤레스/©라대디
ladaddyusa@gmail.com







12/25/2018

-[LA라이프] LA 김성호 산부인과에 대한 단상




김성호 선생과 출산을 함께 했던 차헐리우드 장로병원 (CHA HOLLYWOOD PRESBYTERIAN MEDICAL CENTER) ©라대디



LA 지역에는 몇 군데 유명한 한인 산부인과가 존재한다. 그중에서 대부분 김성호(David S Kim)와 박민석(Min S Park) 산부인과를 TOP 2로 꼽는 분위기다. 두 산부인과는 꽤 오랜시간동안 LA 지역 한인사회에서 명성을 쌓아온 병원들이다. 그중에서 지난해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로운 가족을 영접하면서 와이프와 함께 김성호 산부인과를 경험하게 되었다. 비록 몇 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와이프의 임신후 출산까지 십여차례가 넘는 방문을 떠올리면서 내가 느꼈던 부분들을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말해볼까 한다.  


⬛넘쳐나는 환자들과 기나긴 대기시간 
김성호라는 이름 석자가 주는 명성은 대단하다. 예전부터 LA를 넘어 미국 전역에서 손꼽히는 한인 산부인과 전문의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 때문일까. 김성호 산부인과는 언제나 방문객(산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보통 우리 부부는 토요일에 검진을 받았는데 언제나 오전 9시 30분쯤(10시 오픈)에는 도착해서 기다렸던 기억이다. 물론 이때 방문해도 먼저와서 기다리는 한 두명의 환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여담이지만 듣자하니 비교적 보험을 가려서 받는 박민석 산부인과와는 달리 김성호 산부인과는 여러 종류의 보험을 가리지 않고 받아서 그렇다는 말이 있다. 때문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원정출산을 떠난 임산부들도 이곳을 많이 방문한다는 설도 설득력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다소 아쉬운 환자응대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환자 한명씩 상대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기다리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마음 놓고 오래동안 여러가지를 물어보기 힘든 점은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우리 부부 같이 첫째 아이라면 아무래도 이것저것 묻고 싶은게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고 너무 바쁜 나머지 김성호 선생님은 꼭 필요한 말만 한다고 보면된다. 산모와 아기에게 특별한 이상이 없지 않은 이상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불친절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어권이라서 한국말이 썩 유창하지는 않지만 사람 자체가 불친절한 분은 아니다. 오히려 위트있게 농담을 즐기는 타입이다. 그러나 너무 바쁘거나 피로한 날에는 가끔씩 약간 퉁명스럽게 반응을 한다는 사실은 알아두어야 할 부분이다.  

만약 이부분이 불만인 산모들은 차라리 박민석 산부인과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이는 많은 산모들이 박민석 선생을 찾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김성호 선생과는 달리 박민석 선생은 산모들에게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영어권인 김성호 선생과는 다르게 박민석 선생은 좀 더 한국적인 마인드로 접근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점은 리셉션 및 간호사들도 마찬가지다. 김성호 산부인과의 직원들 보다 박민석 산부인과의 직원들이 훨씬 친절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력. 그리고 차병원에서의 파워
몇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산모들이 김성호 선생을 선택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의사의 기본이자 가장 큰 덕목인 '실력'이 최고라는 점이다. 오랜시간 동안 산모들의 입소문으로 입증된 그의 실력은 계속해서 사람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아기를 품은 10개월간 작은것 하나라도 조심하면서 별다는 이상이 없다가도 막상 출산할 때가 되면 여러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김성호 선생은 이런 얘기치 못한 변수에 능수능란하게 대응을 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뛰어난 실력이 아이를 낳는 수술대 위에서 빛을 발한다는 평가다.

또한가지 장점은 바로 아기를 출산하는 장소인 차병원에서의 파워가 막강하다는 것이다. 김성호 산부인과는 매주 수요일에 문을 닫는다. 이때 김성호 선생은 쉬는 것이 아니라 이날 만큼은 차병원으로 출근한다. 차병원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또다른 느낌이었다. 본인 산부인과의 산모들에게는 항상 가장 좋은 병실을 내줄 수 있는 것도 차병원에서의 그의 위치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보통 간호사들은 의사들과 친하다거나 그 의사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말을 해주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없다. 그러나 차병원에서 적어도 내가 만난 간호사들은 하나 같이 김성호 선생에 대해서 존경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성호 선생의 환자이기에 더 신경쓰고 잘 해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에도 충분했다. 


⬛다시 김성호 선생을 선택하겠는가
누군가 우리 부부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할 것이가. 안그래도 와이프와 예전에 이부분에 대해서 한번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우리의 대답은 주저없이 'YES'였다. 

물론 특유의 거침없는 위트로 수치심과 불쾌감을 유발. 때문에 과거 여성 환자로부터 송사에 휘말린 경험을 갖고 있는 의사. 그리고 기나긴 대기 시간과 늘 바쁘고 정신없는 환경. 부인과 질환 보다는 오로지 출산에 포커스가 맞춰진 듯한 느낌의 병원 분위기 등 아쉬운 점을 꼽자면 몇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호 선생은 중요한 순간 산모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의사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마디로 실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겸비한 산부인과 전문의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나 할까. 이점이 바로 오늘도 그의 병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로스앤젤레스/©라대디 
ladaddyus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