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ALL어바웃 리뷰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ALL어바웃 리뷰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1/15/2019

-[ALL어바웃리뷰] 영화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의 실화를 파헤치다

1988년 9월 미국 세인트루이스 경찰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 1998)'



여러분은 혹시 헐리우드 영화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를 기억하십니까. 우리말로 풀이하면 '협상가', '교섭자'정도가 되는 이 영화는 범죄 스릴러 장르 영화들 중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21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학창시절에 봤던 기억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최근 손예진 현빈 주연의 한국영화 '협상(The Negotiation)'이라는 영화를 보니 영화 '네고시에이터'가 다시 한번 생각나더군요. 어릴적에 이 영화를 보고난 뒤 나중에 미국에 가면 관련 정보를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로 무척 인상깊게 봤던 영화입니다. 

두 명의 명배우 사무엘 잭슨과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모범시민(Law Abiding Citizen, 2009)',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튼(Straight Outter Compton, 2015)',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The Fast and The Furious 8, 2017)' 등을 감독했던 F. 개리 그레이(F. Gary Gray)가 감독 초창기 시절에 메가폰을 잡았던 작품입니다. 

영화의 내용을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미국 시카고 경찰국 소속의 '협상가' 대니 로만(사무엘 잭슨 분)이 살인과 보훈기금 횡령 혐의로 누명을 뒤집어 쓰고 인질극을 펼치며 자신의 억울함을 벗기 위해 싸운다는 얘기입니다. 구구절절 얘기 하는 것 보다 일단 줄거리를 한 번 읽어 보시는게 좀 더 이해가 빠를 겁니다.


시카고 경찰관 데니 로만(Danny Roman: 사무엘 잭슨 분)은 인질범 대치시 협상을 전문으로 하여 인질들이 상해를 입지 않고 풀려날 수 있게끔 만드는 협상가다. 그러던 어느날 로만은 경관들을 위한 보훈기금과 관련된 경찰내의 횡령 사건을 자신의 파트너로부터 전해 듣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로만은 파트너가 살해되는 슬픔을 겪음과 동시에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그는 자신을 구속하려는 시카고 경찰서의 내사과 과장 니바움(J.T. 월쉬 분)에게 따지러 들어갔다가, '나는 오늘 감옥으로 갈 수는 없다'며 니바움과 그의 여비서, 그리고 시경장 프로스트(론 리프킨 분)와 사기범으로 심문 받던 루디(폴 지아마티 분)를 인질로 삼고 누명을 벗기 위해 경찰과 대치하게 된다. 

건물이 경찰들로 부터 둘러 쌓이고 압박이 가해지지만 로만은 협상가 답게 인질을 이용하면서 자신이 대처해야 할 상황을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었다. 음모를 파해치기 위하여 그가 오직 상대하겠다는 인물은 서부 지역의 인질 협상가인 크리스 새비안(케빈 스페이시 분)뿐. 새비안도 인질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를자가 없는 유능한 협상가로 이름이 올라있는 인물이다. 
새비안은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갈등이 심해짐과 동시에 FBI측이 사건을 인수하려 달려든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발버둥 치는 로만, 그리고 그 누구의 피해도 없이 사건을 종결시키려는 새비안의 숨막히는 노력이 펼쳐 지는데...


잘 읽어 보셨죠.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두 연기파 배우의 명연기가 대단히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되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실제 내용이 호기심을 증폭시키더군요. 


때문에 지금 부터는 실제로 있었던 실화를 한 번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제대로 다뤄준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거 미국에 와서 직접 알아봤던 내용들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사무엘 잭슨과 케빈 스페이시의 팽팽한 기싸움 및 심리전이 압권인 영화





"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 

일명 세인트루이스 경찰국 보훈기금 스캔들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88년도 9월 3일(토) 오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내용들은 당시의 사건을 그대로 옮겨 왔으며, 등장 이름들 역시 모두 실명입니다. 

세인트루이스 경찰국 소속의 경관 앤서니 다니엘(39, 이하 다니엘)이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인질극. 과연 실제 이야기와 결과는 어땠을까요. 

사건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9월 2일. 다니엘은 지역 경찰들과 소방관들에게 지급될 보훈연금 횡령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 받게 됩니다. 동료 경찰을 비롯한 6명이 횡령 및 뇌물 수수 혐의로 연루되었고, 총 33만달러의 기금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그 중 다니엘은 보훈기금 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20만 달러의 기금을 착취 및 뇌물의 대가로 사용 했다는 판결을 받게됩니다. 당시 그는 자신은 결백할 뿐만 아니라 이것은 눈군가의 터무니 없는 음모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유죄를 선고 받은 다니엘은 다음날 오전 10시 30분에 곧바로 세인트루이스 경찰청 부국장인 존 프랭크(53)를 찾아갑니다. 프랭크는 다니엘의 상관이자 이 사건을 검찰에 기소한 인물이었습니다. 공판 당일 프랭크는 안전을 위해 경호원과 함께 있었지만 이날은 혼자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미 경찰 자격까지 박탈 당한 상태였던 다니엘은 권총 한 자루와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프랭크를 찾아 갔고, 곧바로 그를 위협하며 인질로 삼게 됩니다. 이때 다니엘은 사무실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도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모두들 이곳을 떠날 것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경찰을 불러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세인트루이스 경찰들은 건물을 둘러 싸고 봉쇄하며 다니엘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사건 현장은 15층이었는데 경찰들은 다른 층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사태를 해결하려 노력했습니다.   

다니엘은 자신을 에워싼 경찰들에게 사무실로 들어오는 입구 주변에 폭발물을 설치 했다고 위협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경찰들은 다니엘이 실제로 폭발물을 설치 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그가 평상시 폭발물을 다루는 것에 능숙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곧바로 세인트루이스 경찰은 앰뷸런스와 폭발물 처리반 등에 연락을 했고, 이어서 FBI까지 집결하며 사태는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본래 다니엘은 세인트루이스 경찰국 인질 구출팀의 협상 전문가였습니다. (이점은 영화에서도 그대로 채용한 사실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이어서 그는 자신의 동료들을 상대로는 얘기를 나누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외부에서 협상가를 불러 올 것을 주문합니다. (이 부분 역시 영화와 똑같은 점입니다.)

다니엘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까지 불러줄 것을 요구합니다. 지역 라디오 KMOX-AM에 방송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무실 안의 전화를 이용해서 생방송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도시 전체에 알리겠다는 의지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FBI가 반대를 하게 됩니다. 때문에 다니엘의 시도는 안타깝게도 불발에 그치게 됩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다니엘은 지쳐만 갔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질을 무자비 하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당시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인질 프랭크는 약이 필요했습니다. 때문에 다니엘은 경찰들에게 프랭크가 복용하는 약과 음식을 요구 했고, 엘리베이터 앞에 놓고 가라고 요구 합니다. (영화에서도 이 부분은 비슷하게 그려지죠.)

그렇게 다니엘은 프랭크를 인질로 잡고 경찰과 협상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이 과정이 영화에서는 사무엘 잭슨과 케빈 스페이시의 명연기로 채워지고 스토리의 뼈대를 이루는 부분이겠죠.)

그리고 마침내 사건 발생 후 15시간만에 프랭크는 풀려나게 됩니다. 당시 프랭크는 상처 하나 입지않고 풀려났다고 합니다. 프랭크를 풀어준 직후에도 다니엘은 10시간을 더 버티다가 25시간만에 자수했다는 기록입니다.

워낙 오래 전 일이라서 그런지 관련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여기저기서 더한 내용을 가지고 이 정도 정리하는 선에서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내용만 얻을 수 있었을 뿐 영화와 같은 인질극 직후의 자세한 스토리는 정보를 구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결국 다니엘은 무죄를 입증 했다는 기록입니다. 

정리를 해보면 영화 네고시에이터의 큰 틀은 실화와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보훈기금 횡령에서 시작한 것도 같고, 기금위원이자 협상가 역할을 했던 주인공의 모습도 일치 합니다. 그리고 인질극을 벌일 때 외부에서 협상가를 불러 왔다는 가장 중요한 설정도 실화와 같습니다. 

하지만 극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상세한 내용은 허구로 꾸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인질의 숫자부터 차이가 납니다. 또한 영화에서처럼 파트너가 살해 당하지도 않았으며, 범죄 가담 역시 혼자가 아닌 6명의 공범들 중 한 명으로 몰려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과 같은 일은 실제로 없었기에 그런 과정을 거쳐 누명이 벗겨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영화에서는 극적으로 꾸며내기 위한 픽션이었겠죠. 그저 실화에서는 이 사건이 있은 뒤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되고 누명을 벗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가 없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상으로 짧게나마 영화 네고시에이터의 실화를 파헤쳐 봤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된 주인공의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너무나도 멋진 영화로 탈바꿈 시킨 제작진의 능력에도 찬사를 보내게 됩니다.

실제 사건이 있은 직후 10년만에(1998년) 너무나도 멋지게 재탄생 되었던 영화 '네고시에이터'. 혹시라도 아직까지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한번 찾아서 보시라고 강력 추천 합니다.


*그외 참고 사항들
-영화에서 내사과 과장 니바움 역할을 맡았던 배우 J.T. 월시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실제 사건에서 인질이었던 프랭크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명 역시 새인트루이스 경찰이었다. 
-영화에서 사건이 벌어진 장소의 건물은 실제로는 시카고에 위치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본사다. 
-네이버 영화평점 9.17


/로스앤젤레스/©라대디

ladaddyus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