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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2019

-[ISSUE&오피니언] 암사역 10대 칼부림 사건에 대한 단상

이미 담배 하나 땡기고 칼까지 들고 설치는 미친놈. 이런놈들도 인권이 있다고 하니 모자이크를 할 수 바에 없는 슬픈 현실 ©유튜브 영상 캡쳐



한국 시각으로 1월 13일 저녁. 서울 지하철 8호선 암사역 부근에서 휴기를 소지한 채 경찰과 대치한 10대가 검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현재 사건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영상을 보면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흉기를 들고 먼저 친구와 한 차례 격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쓰러진 친구를 흉기로 찌르는 듯한 모습도 담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흉기 난동을 벌인 10대 피의자는 검거되었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피해를 입은 친구는 다행히 큰 상처는 입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잘못하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지만, 사건은 이 정도 선에서 일단락 되었다. 

미국에 살고있는 나까지 이 영상을 봤으니, 아마 해외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 영상을 보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상을 보고 다들 하나 같이 한국 경찰의 대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이곳 미국만 따져보자. 만약 여기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면, 저 10대 피의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무슨 설득이나 자비로움을 기대할 수도 없이 10여발의 총탄을 맞고 벌집이 되었을 수도 있다. 

용케 살아남았다고 해도 흉기소지 및 특수상해. 그리고 가장 큰 죄목중 하나인 경찰관에게 위협을 가한 요소가 추가되어 결코 적지 않은 형량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년이 넘는 형량도 때려버리는 미국 사법부의 특성을 감안하면 저 10대 피의자는 기본 10년은 깔고 가지 않을까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런 미국 경찰의 실상과는 달리 영상속 한국 경찰의 대처 자세를 보니 안타까움 보다는 실소를 금할 수 없을 정도다. 경찰이라는 타이틀만 달고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와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칼버려!"만 몇번 말한 뒤 꺼낸다는 게 기껏해야 테이저건. 게다가 그것도 불발이 된 마당에 다른 경찰 한 명이 꺼낼 수 있는 무기는 3단봉이 전부. 고작 체구도 그리 크지 않은 10대 양아치 한명 앞에두고 한국 경찰은 이토록 작아져야만 하는 것인가!  

대체 무엇이 한국 경찰을 이리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만들었는지 이역만리 타국에서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 손발이 묶여버린 공권력이 미친놈들로부터 시민들을 과연 얼마나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 피해자의 억울함과 시민들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이 뭐가 있겠는가. 범죄자의 인권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형적인 틀 안에서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과거 양동근 주연의 경찰을 소재로 했던 한국영화 '와일드카드'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양동근은 흉기를 들고 있는 범인에게 총구를 겨누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3회 이상 투기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총이 있어도 마음대로 쏠 수 없는 한국 경찰의 슬픈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명장면이었고, 결국 양동근은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에게 던져버리고 맨손으로 흉기를 재압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현역 경찰들이 그들의 실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경찰 영화라고 평가했던 와일드카드가 개봉한지도 벌써 16년이나 지났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이 시점에 과연 한국 경찰과 공권력은 16년 전과 비교해서 얼마나 발전하고 변화했을까. 

이번 암사동 10대 칼부림 사건을 보니 아무것도 변한게 없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만드는 작금의 현실이 너무나도 개탄스럽다. 미친놈을 강한 공권력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밖에 칠 수 없는 한국 경찰들이야말로 또 하나의 극한직업이다. 


/로스앤젤레스/©라대디
ladaddyusa@gmail.com